이 성문으로 들어가면 휘발유 냄새가 난다
성곽 외벽 다래넝쿨은
염색 잘하는 미용실을 찾아 나서고 있고
백일홍은 장례 치르지 못한
여치의 관 위에 기침을 해대고 있다
도라지꽃의 허리 받쳐주던
햇볕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기별이다
방방곡곡 매미는 여름여름
여름을 열흘도 넘게 울었다지만
신발 한 짝 잃어버린 왜가리는
여태 한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
한성부 남부 성저십리(城底十里)의
참혹한 소식 풀릴 기미 없다
시 두어 편 연필 깎듯 깎다가 덮고 책상을 친다
오호라, 녹슨 연못의 명경을 건져 닦으니 목하 입추다